2016 년을 돌아보면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던 한 해였으며 영국의 EU 탈퇴를 묻는 국민 투표에서는 예상을 깨고 브렉시트가 확정되면서 미국 대선은 극단적인 보호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.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의 개인 , 기업 , 정부는 2017 년을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이며 경제의 현 상황을 낱낱이 분석하고 , 중국 및 아시아 , 중남미 등 신흥국이 직면하고 있는 한계 상황의 원인과 향방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한다 . 더욱이 2017 년 세계 경제의 흐름 안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과 과제 , 생존전략을 제시한다 .
선진국과 신흥국에서 투자 침체가 일어난 원인은 서로 다르고 , 각국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어떤 경우든 현재와 같이 과감한 금융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. 자국의 상황에 맞게 공공투자와감세, 소득 재분배 정책 등을 실시하는 등의 자구적 노력이 있어야 하며 금융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의 영역으로 문제 해결의 열쇠를 넘겨야 한다 .
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지도 모르는 이민 문제가 전면에 나오지 않은 상태로 법인세 인하 , 공공투자 확대와 같은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실제로 행해지면 , 기업 부문을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 미국 경제의 성장 페이스는 높아질 것이다 . 그러나 그 경우에는 노동시장이 그에 상응해 긴축되어 , 임금도 완만한 상승 추세인 가운데 실행되는 재정정책이기 때문에 , 하나의 기준점인 2%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위험성도 동시에 높아진다 . 실제 트럼프가 승리 연설을 한 다음 , 경기 회복이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퍼지면서 미국의 장기금리가 급등했다 .미국의 장기금리 급등은 2013 년 FRB 가 양적완화 정책의 단계적 축소를 시사했을 때에도 일어났다 . 만일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로 인해 향후에도 미국의 장기금리가 계속하여 상승한다면 , 2013 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는 신흥국 등에서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퍼지거나 , 저금리 상태를 전제로 성립되었던 각종 자산시장에서 가격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분명 있다 . 한편 거시경제정책이 아닌 무역협정 파기 , 이민자 배척이라는 보호주의적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하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. 또한 보호주의의 발상에 근거하는 무역협정 재검토는 미국에 있어서는 수입 물가의 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.
유로존에서는 여전히 경기 회복 움직임의 속도가 느리고 , 각국의 금융기관들에는 2000 년대에 시행한 공격적인 경영의 부작용 , 즉 부실채권을 비롯한 경영의 걸림돌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태로 판단된다 . 최근에도 이탈리아의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 논란과 같은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 등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. 향후의 유로존 경제에서는 이러한 금융기관의 경영 문제와 부실채권 문제가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. 현재 EU 의 원칙은 , 각국 정부와 정책 당국 등이 금융시스템에 공적 자금을 넣을 필요가 있을 경우에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의 거액 채무자 등에게 이에 상응하는 부담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.
지금의 세계 경제는 ,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정부가 정책 운영에서 보다 무거운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. 다만 정부의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, 그 나라의 경제 환경이나 약점에 의해 어디에 역점을 두는지가 크게 달라진다 .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처럼 교통 인프라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국가라면 인프라 정비에 대한 투자가 경제효율화의 형태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. 한편 한국 등은 인구 구조상 왜곡이 크기 때문에 , 앞으로는 사회보장을 통한 소득 분배 방식이 더 큰 문제로 간주될 것이다 .
미국뿐 아니라 일본 및 유로존 등 비전통적인 금융정책을 도입한 중앙은행이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려고 하다 보면 , 그에 맞추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조정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. 그 거부 반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2013 년 5 월에 FRB 가 양적완화 정책의 단계적 종료를 시사한 후 벌어진 장기금리 급등과 금융시장의 혼란이다 . 당시 1%대 후반에 머물던 미국의 장기금리는 FRB 가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한 뒤 , 한때 3%로 급상승했다 . 그 결과 미국 국채시장뿐 아니라 세계 증시마저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지속을 전제로 형성된 가격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.
세계 경제는 두 가지의 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. 그 하나는 자산 버블 붕괴에 따른 대차대조표 조정으로 , 실물 투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문제이다 . 또 하나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실물 투자가 실제 수요를 크게 웃도는 과잉상태가 되어 , 투자를 동력으로 한 성장에 한계가 오고 있다는 문제이다 . 유감스럽게도 현재 한국 경제는 다소 형태는 바뀌었지만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. 예를 들어 한국의 가계가 안고 있는 과도한 부채 문제는 , 1997 년 IMF 위기를 극복한 뒤 자금 수요 주체가 기업에서 가계로 이동한 데다 , 한국 가계의 노후자금 부족 문제 등과 겹쳐서 부동산 투기열이 높아진 데서 기인한다 . 아직까지 부동산 가격의 대폭락이 일어나지 않았고 ,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리먼쇼크 이후의 미국과 유로존 , 그리고 1990 년대 이후의 일본이 직면했던 문제와 성질이 비슷하다 . 또 하나의 문제는 중국 경제를 비롯한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둔화가 중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.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제조업이 보유하고 있는 설비의 과잉을 불러왔고 , 새로운 투자 수요를 지속적으로 감소시켰다 . 이는 신흥국 , 특히 중국이 눈앞에 직면하고 있는 과잉 설비 문제와 비슷한 양상이다 . 이처럼 한국 경제는 현재 선진국이 겪고 있는 문제와 신흥국이 가진 문제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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